팝-타르트 마스코트 스토리텔링의 다크 유머

최근 페이스트리 브랜드 팝-타르트가 미국 대학미식축구 보울게임(Bowl  game)에서 다크 유머에 담아 소개한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edible mascot) 스토리가 인터넷 밈(meme)으로 떠올랐습니다. 팝-타르트 마스코트가 우승팀 선수들을 먹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대형 토스터기 속으로 들어간다는 다크 유머는 ‘재미있다’는 반응과 ‘끔찍하다’는 반응을 함께 이끌어내며 팬들의 높은 참여(engagement)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팝-타르트 마스코트 스토리텔링의 다크 유머와 식음료 브랜드로서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PR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팝-타르트 보울 마스코트의 ‘영웅’ 스토리텔링

배경

켈라노바1의 아침식사용 페이스트리 브랜드 팝-타르트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대학 미식축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후원하게 됩니다. 기존 치즈-잇(Cheez-It) 보울 게임의 새로운 타이틀 스폰서로서 첫 번째 팝-타르트 보울 게임을 개최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켈라노바의 커뮤니케이션 파트너사 웨버 샌드윅은 스포츠 경기 최초의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라는 컨셉을 준비했습니다.

마스코트는 기업, 브랜드, 또는 팀이 소비자나 팬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사람이 들어간 인형 형태의 3차원 마스코트가 팬과의 역동적이고 물리적인 소통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음료 제품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마스코트의 경우 ‘친밀감’을 형성해 주지만 동시에 ‘소비 대상(식용)’이라는 자기 소멸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즉, 자신을 소비해 달라고 소비자들에게 간청하는 ‘왜곡된’ 동식물의 이미지2 (‘suicide food‘)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팝-타르트는 본격적인 마스코트 활용에 앞서서 식음료 마스코트의 자기모순적인 역할에 대한 내부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정립해 둘 필요가 있었습니다.

기획: 마스코트 스토리텔링

켈라노바의 마케팅 임원에 따르면, 팝-타르트 마스코트의 스토리텔링은 핵심 팬인 Z세대를 겨냥한 일종의 온라인 다크 유머로서 기획되었습니다(WSJ 인터뷰 기사 참고). 동시에 광범위한 소비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특히, 마스코트의 ‘희생’ 장면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경기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경기 관전까지 이어진 경험을 통해 웃음코드가 충분히 형성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상의 반응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대응하는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이러한 기획과정을 거친 뒤 경기 한 달 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 당일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가 우승팀에게 바쳐질 것임을 미리 알렸습니다. 이러한 행사의 취지로는 팝-타르트가 60여 년간 ‘최고의 맛(crazy good flavor)’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쳐왔으며(sacrifice) , 보울 마스코트 역시 마찬가지임을 밝힌 것입니다.

당일 경기가 끝나고 필드 위에 설치된 커다란 모형 토스트기 위에는 마스코트 복장을 한 사람이 푯말을 들고 서 있습니다. 거기에는 “꿈은 정말로 이루어진다(Dreams Really Do Come True)”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도나 서머의 인기 디스코곡 ‘핫 스터프(Hot Stuff)’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스코트는 손을 흔들며 서서히 토스트기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단의 터미네이터 이미지 참고). 잠시 후 아래쪽 배출구로 대형 팝-타르트가 튀어나오면 우승팀 선수들이 이를 나눠 먹게 됩니다. (관련 동영상 참고)

따라서 마스코트의 ‘꿈’이란 결국 ‘맛의 천국 (mouth heaven)에 들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경기 중 한 팬이 ‘마스코트 바로 앞에서 팝-타르트를 먹으면 실례가 아닌지’ 묻어오자 마스코트 ‘이는 팝-타르트들의 꿈’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SNS콘텐츠로 소개되었습니다. 즉, 마스코트의 ‘희생의례’는 단순히 다크 유머를 위해 지어낸 것이 아니라 팝-타르트의 오랜 브랜드 스토리텔링에 바탕을 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전형적인 ‘자기파멸적 식품’의 예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결과

이번 행사로 팝-타르트는 브랜드의 역대 최고 노출실적(약1,200만 달러)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팝-타르트 언급량의 30%가 이번 보울 게임에서 나왔습니다. 또한 감성 분석결과, 경기 자체에 대한 감성은 20% 긍정적(+20% net sentiment)이었지만, 마스코트를 언급한 경우 30.2% 긍정적(+30.2% net sentiment)으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또다른 데이터 분석업체는 보울 경기와 관련해 스폰서 브랜드가 언급될 때의 소비자 참여(engagement)는 다른 보울 경기 스폰서 대비 4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대학미식축구 보울 경기와 관련해 후원사 브랜드를 언급한 사람들의 참여율이 다른 보울 경기보다 4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높은 참여를 이끌어 낸 예로는, 마스코트가 관객에게 팝-타르트를 먹여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하루 사이에 4,900번 리트윗되었고 37,000명이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스코트 스토리텔링; 다크 유머
관객에게 팝-타르트를 먹여주는 마스코트 (출처: https://i.kym-cdn.com/photos/images/newsfeed/002/727/939/e7c.png)

일부에서는 팝-타르트 마스코트의 영향력이 아직 개최되기 전인 메이저 보울 게임마저 압도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면, 2023년 최고의 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분석: 다크 유머

마케팅 미디어들은 대부분 팝-타르트 마스코트의 스토리텔링을 바이럴 성공사례로 소개하며 성공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보도에서는 뒤섞인 반응이 나타납니다. 즉, 아주 재미있으면서(hilarious) 섬뜩한(horror) 이야기, 또는 ‘기괴한 상황(bizarre scene)’으로 묘사하거나, ‘좀비 영화’같았다는 표현도 사용했습니다. 일부 언론과 소비자들이 지적한 ‘불편함’은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쟁점과 관련됩니다.

희생의식(ritual sacrifice)

우선,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종교적인 희생의식(ritual sacrifice)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마스코트가 자신의 생명을 던지고 우승팀 선수들에게 몸을 내어준다는 설정은 특정 종교의 ‘희생의식’ 또는 ‘희생제물’을 떠올리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는 ‘종교적 희생’을 희화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상적인 행동에 ‘희생’이나 ‘헌신’의 의미를 연결시키는 것은 일종의 부조화를 통한 유머 소구입니다. 이처럼 다크 유머가 담긴 광고들이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 문화에서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유머’로 받아들이기 어려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또한 영국의 한 매체는 연속적으로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팝-타르트 마스코트 스토리텔링 관련 인터넷 밈
소셜미디어 X의 ‘팝-타르트 인터넷 밈’ 콘텐츠 예시(위: 터미네이터 2; 아래: 유럽인 관점)

의인화와 취식행위

상징적 차원이라도 의인화된 마스코트를 ‘먹는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희생’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마스코트와 같은 크기로 구워진 팝-타르트는 방금 전까지 경기장을 누볐던 마스코트 ‘스트로베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미리 예고된 장면이었지만 드라마적인 연출로 인해 정서적인 충격이 작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식인 풍습(cannibalism)’ 또는 ‘반려동식물 취식’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물론 많은 식음료 브랜드의 마스코트들이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곤 합니다. 의인화한 식음료 마스코트들이 사람들에게 쫓기거나(예: 팝 타르트의 2000녀대 TV광고), 스스로 잡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예: 스타키스트의 찰리 더 튜나Charlie, the Tuna)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나흘 뒤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치즈-잇 시트러스 보울 경기>에서  마스코트 ‘Ched-Z’는 “먹지 못하는 마스코트(Non-edible Mascot)”라는 푯말을 들었습니다. 자사의 다른 마스코트로까지 ‘희생제물’ 이슈가 확대되지 않도록 취한 조치로 보입니다.

‘먹을 수 없는 마스코트’ Ched-Z
(이미지 출처: https://i.dailymail.co.uk/1s/2024/01/02/00/79517757-0-image-a-26_1704155327271.jpg)

이밖에도 인터넷 밈에서는 마스코트의 ‘식용/비식용’ 이슈를 넘어서, ‘현대인의 불안심리’, 자본주의의 유전자변형식품(GMO)성분의 유해성, 자살 방지 전화번호까지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3 

제언

당초 켈라노바와 웨버 샌드윅의 의도는 Z세대를 겨냥해 팝-타르 마스코트의 ‘영웅적인 희생’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스코트 이벤트의 화제성과 참여도(engagement)는 실제 경기보다도 더 높았지만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소재가 가볍지 않았던 다크 유머였기 때문입니다. 성인들도 일부 불편함을 느꼈다면 어린이들의 경우 충격이 더 컸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귀여운 마스코트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간식 브랜드의 마스코트가 ‘목숨’을 바쳐서 맛있는 간식이 되어 주겠다고 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먹을까? 아니면 먹지 않고 곁에 둘까?’ 어린이 입장에서는 마시멜로우 테스트처럼 어려운 선택이 되거나 아니면 동심을 파괴하는 ‘잔혹동화’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PR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자기파멸적인 식품’의 스토리텔링, 특히 의인화된 마스코트의 활용 문제를 궁극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화제성이나 영향력(impact)이 약해지더라도 ‘영웅의 여정’인 <마스코트의 자발적 ‘희생’ – 토스터기(죽음) – 제품(나눔)>의 흐름을 부분적으로 끊어서 표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희생(제물)’, ‘식인’, ‘반려동식물 취식’, ‘식품 안전성’ 등 민감한 이슈로부터 벗어나 다양한 관점을 지닌 이해관계자들과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치즈-잇 보울 대회에서는 우승팀 감독에게 스포츠음료 대신 치즈-잇 스낵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처럼 마스코트가 ‘희생’을 선택하더라도, 마스코트 인형 크기의 제품 대신 실제 제품을 나눠 주는 방식을 창의적으로 표현한다면, 적어도 ‘식인’논란 또는 ‘혐오감’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뛰어난 마케팅은 PR차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거나 논란을 낳지 않으며 이는 마케팅PR과의 접점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내년 팝-타르트 볼 경기에서 마스코트의 운명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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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옛 켈로그에서 분사한 스낵 및 글로벌 시리얼 사업부문 ↩︎
  2. ‘자기파멸적 식품'(suicide food)은 자신을 먹어 달라고 간청하는 동물들의 왜곡된 상업적 이미지와 비윤리적인 육식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벤 그로스블랫(Ben Grossblatt)이 2006년부터 운영했던 블로그 사이트의 제목입니다 (블로그는 식품재료 가운데 식물을 제외한 동물 이미지의 왜곡에 초점을 맞췄으며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 ↩︎
  3. 관련 기사에 달린 한 댓글에서는 ‘먹을 수 없는 마스코트’라는 표현은 제품에 포함된 GMO 성분의 유해성을 제조사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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