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통해 본 아카데미 시상식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봉준호 감독은 다각적인 분석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더라면 ‘기생충’의 이번 도전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아마 후보 지명에만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아카데미 상(Academy Awards) (출처: pngimg.com )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 시상식의 ‘상업주의’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에 4개의 오스카를 안긴 이번 시상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 이하 아카데미)의 홍보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역(local) 행사로서의 아카데미 시상식 

지난 해 가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상이 ‘지역(local)에 기반한’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적인 ‘도발’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짚어낸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사실 시상식은 많은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는 홍보마케팅 도구입니다. 조직은 내부 구성원 또는 외부인에게 상을 수여함으로써 시상식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동시에 자신의 권위와 위상, 대외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수상자는 영예와 수상에 따른 후광효과를 얻게 됩니다. 아카데미와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각기 설립취지에 따라 수상자 및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통한 세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역행사’인 이유는 주요 국제영화제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심사 대상이 다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국영화나 미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요 국제영화제의 심사대상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작품들입니다. 또한,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미개봉작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로스 앤젤레스에서의 개봉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심사방식의 차이입니다.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부문별로 위촉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결정합니다. 반면에 아카데미에서는 지난 몇년간 일정한 수준의 활동을 한 현역 회원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합니다. 또한,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에는 문학가나 연예인 등 영화계 바깥의 인물도 초청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회원자격은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제한되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현업 영화인들만 시상식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영화를 심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로컬’ 행사로 봐야 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표현은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산업의 세계적인 영향력 때문에 아카데미 상을 전 세계 영화에 대한 평가결과로 간주하거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입니다. 마치 메이저 리그(MLB)에서 양대 리그간의 결승전을 ‘월드 시리즈’라고 부른다고 해서 진정한 글로벌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변화의 바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인들은 사회 내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 월가 점령 시위, 미투 운동 등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더욱이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이익 최우선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앙일보 “미국 대륙을 넘어…오스카 계획이 있었구나’)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세계 영화 속의 미국 영화라는 인식 속에서 ‘새로운’ 세계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50대 이상의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카데미는 2015년부터 한국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아시아권 영화인에 대한 문호도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부터 <외국어 영화상> 시상부문을 <국제장편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계 안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 영어권 작품에 대해 인색했다는 평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아카데미의 이해관계자

아카데미에게는 회원들 외에도 언론, 영화팬(소비자), 영화사, 비평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데미의 방향성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상식 초기 부터 언론은 아카데미의 중요한 파트너였습니다. 라디오 중계, TV 생중계 등을 거치며 ,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퍼볼을 제외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출처: 나무위키). 약 20년 전부터는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을 고려해 시상식을 평일에서 주말로 옮겼습니다. 과거 오스카상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언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영화 팬들의 경우, 이번 시상식 관련 기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남기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따로 만들어 놓고서, 외국영화에 작품상까지 주는 것은 ‘중복’이라는 문제제기에서 부터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작품에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을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도 있었습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 선정이 투표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팬들의 반응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행히 시상식 전부터 미국 언론에서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생충’의 제작을 지원한 CJ측에서 현지 언론, 영화인, 지역 영화제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 덕분에 이번 ‘사태’는 아카데미의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뭏든 주최측으로서도 각 시상 부문의 취지 및 수상작의 가치와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의 중요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언어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자막 장벽’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

아카데미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자신들이 다양성과 함께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 매체와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펼친 ‘기생충’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조직의 지향점이 있다고 해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에 상을 준다면 시상식의 권위와 신뢰도가 훼손되고 결국 영화 팬들과 비평가, 언론은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시상식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카데미는 시상식 결과에 불만을 가진 미국 영화팬들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감독, 배우가 만든 영화의 ‘선전’을 기대하는 기존 ‘헐리우드’ 관객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미국내 ‘기생충’의 확대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의 분석처럼 ‘자막 장벽’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미국 안팎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인치 자막’ 영화들이 미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면서 관객들도 빠르게 ‘글로벌’ 아카데미와 눈높이를 맞추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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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 브라이언트 추모물결로 본 PR커뮤니케이션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최근 헬기사고로 숨진 NBA 선수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LA, 뉴욕 등 미국은 물론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자발적인 추모메시지와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유명 운동 선수들도 경기 중 코비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조직 차원에서는 NBA 및 그의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과 단체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고가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차원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현상들을 PR관점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일반적으로 PR은 조직 차원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자 관계관리 기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조직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20년 간 선수생활을 했던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리그 입니다. 코비의 죽음이 알려진 뒤 LA 레이커스 구단은 경기장이 위치한 스테이플스센터 앞에 추모공간을 설치했습니다. 다만 추도문과 사진을 게시한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레이커스 구단은 사흘 동안 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을 멈췄습니다 (루키 관련보도 참고). 이후 구단은 29일 밤(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 피해자를 돕기위한 기금조성 소식을 알리며 다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NBA 사무국에서는 아담 실버 총재가 직접 추모 메시지를 발표하고, 레이커스 구단과 협의해 예정된 지역 라이벌 전을 전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한편 NBA 선수들은 경기 시작 첫 24초 동안 플레이를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 보냄으로써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 ’24’를 기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프로농구리그(KBL)에서도 경기 시작 후 24초, 8초 동안 시간을 흘려 보내면서 애도를 표했습니다. 

유명인사들의 추모릴레이

또한 축구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 골프의 타이거 우즈, 육상의 우사인 볼트 등 종목을 떠나서 많은 유명 선수들이 추모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친분관계를 떠나서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힐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선수인 루이스 피구가 호날두의 애도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도 추모행위가 스포츠 스타선수들 가운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키트리 기사 참고). 나아가 현재 사회 명사들 사이에서도 코비 추모에 관한 일종의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IOC 위원장의 추도 메시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집합행동

팬이든 유명인사든 추모의 뜻을 밝히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팬들은 개인적으로 온오프라인 추도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기존 NBA로고의 배경 이미지를 코비 브라이언트로 바꾸자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개별 팬들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NBA라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하나의 공중(public)을 형성한 것입니다. 200만 명이 넘은 청원활동과 관련해 NBA의 답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 농구 관련 기업 및 조직

한편, 농구와 무관한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입장을 표명하거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LA시 청사 및 LA 국제공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필리핀의 쇼핑몰 등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 구단 상징 색인 보라색과 노란색 조명을 밝혔습니다. 레이커스 팀과 같은 LA를 연고지로 하는 MLB 다저스 구단에서도 추모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NFL에서도 다가오는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모행사 이미지 참고링크).

대체로 보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영웅’을 잃은 지역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스포츠 단체에서는 추모 메시지를 통해 코비의 ‘스포츠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공통분모를 찾고 있습니다.

부정적 기사 공유한 기자에 대한 제재

위의 조직들이 코비의 사망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고 한다면 일부 조직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먼저, 코비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는 상황 속에서 코비의 과거 성폭행 추문과 관련된 이전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중앙일보 관련보도 참고). 물론 코비의 성추문 관련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한 찬반입장은 팬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처럼 그의 업적과 허물을 같이 다루는 주요 언론들도 있지만 정작 성난 팬들로 인해 논란의 중심이 된 워싱턴 포스트는 ‘다수’의 정서를 따르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코비의 장례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케팅 계획 변경

한편,  약 1주일 뒤인 54회 슈퍼볼 경기 중계에 내보낼 TV광고 캠페인을 준비한 땅콩스넥 브랜드 플랜터스도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해당 광고 캠페인이 브랜드 캐릭터 Mr. Peanut의 ‘희생’과 ‘장례식’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의 사전 붐업 일정이 코비의 죽음과 겹치게 되자 플랜터스는 온라인 프로램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WSJ 관련보도). 하지만 이미 준비한 수퍼볼 광고를 철회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코비의 죽음 때문에 현대자동차에서도 수퍼볼 TV광고의 일부분을 수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플랜터스의 경우에도 재촬영에 따른 비용이 크거나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전격적인 결정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보듬는 편이 길게 보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헬기추락 사망사고 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조직들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PR)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살펴 봤습니다. 하나의 큰 사건(event)은 사회적인 차원의 대화를 이끌어 내며, 이러한 경우 많은 조직에서는 그 대화가 자신들의 미션, 조직활동, 이해관계자들과 관련이 있는지 검토를 통해 그 대화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참여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만일 하나의 ‘기회’로 본다면 자신의 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더라도 조직의 선의, 아량, 또는 재치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본다면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조직의 입장표명 및 관련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조직들은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적인 대화의 흐름을 좇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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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국제인증, 동물복지, 그리고 출구전략(Exit Strategy)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이미지 출처: Wikimedia.org)
최근 경향신문(동물원에서 더 좋은 곳 가는 줄 알았는데…어쩌다 이곳에 갇히게 된 걸까요”, 2019년 1월 3일자)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국제인증 실사과정에서 사육환경 개선문제가 지적된 멸종위기종을 처분함에 따라 이들은 사육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일은 해당 동물원이 세계적인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환으로 인증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딩초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 원숭이들을 작은 창문이 있는 콘크리트 내실에서 키우면서 매일 20분 동안 야외 방사장에 풀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양도받은 체험동물원 중 한 곳의 사육장은 자연채광이 불가능한 지하에 위치한데다, 원숭이들은 관람객들의 소음, 시선, 카메라 불빛 등에 상시 노출된 상태라고 합니다.  
 

[동물복지단체의 문제 제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및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들은 해당 동물원이  미국 동물원수족관 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  인증을 받기 위해 정작 협회 규정을 위반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며, 동물 양도철회 및 사육환경 개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AZA는 “회원기관의 동물은 전문성과 시설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관으로 동물이 양도되지 않아야 하며,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입장]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AZA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실내의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
“실내에 가둬만 두느니 다른 동물원에 가는 것이 원숭이들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원숭이들이 가게 될 시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결국,  AZA 규정에 어긋나게도, 해당 동물원은 양도되는 동물들이 처하게 될 환경을 사전에 고려하거나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 vs 이해관계자 관리] 

이번 사례는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는 동물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으로 나머지에 대한 ‘포기’와 ‘정리’ 를 뜻합니다. 즉, 기존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잘 버리는 것(Exit strategy)’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사례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 및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이 적절하게 실행되지 않아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경우 자연으로 돌려보낸 동물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된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또는 단종 조치 등은 기존 고객들의 거센 반발을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직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해당 동물원이 실시단계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동물원은 드러난 사육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해당 동물을 처분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인증’을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떼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은 동물원의 미션(존재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계의 리더 격인 회장사로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기대수준, 요구사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업계 선두 기업들을 대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업계차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해결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해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당 동물원은 국제 인증을 획득했지만, 그 과정에서 존재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 처리로 인해 인증 취소는 물론, 평판마저 훼손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항상 조직의 미션 또는 존재이유에 기반한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전략의 실행단계에서도 미션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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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의 사회적 이슈 참여 사례

얼마 전 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이 비슷한 시기에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펼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기업 모두 같은 유형의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은 같지만 실제 진행 과정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사회적 이슈를 기업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이번 사례를 통해 살펴 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PR업계 매체 Ragan’s PRDaily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성소수자 커플들이 함께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담은 코카콜라의 ‘#Love is Love’ 광고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한편, 여성 속옷업체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트랜스젠더 모델을 처음으로 채용하면서 그동안 트랜스젠더 모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기존 마케팅 책임자를 내보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코카콜라가 능동적으로 이슈를 활용한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슈대응 차원의 접근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일부 직원이나 시민단체가 기업들에게 다양성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주로 ‘수동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한 NFL 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내세운 나이키의 30주년 캠페인 등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이슈참여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킨 나이키 30주년 광고 캠페인관련 Washington Post 보도영상 중 한 장면

불매운동의 위협 속에서도 회사의 철학과 가치를 가장 앞에 내세우는 코카콜라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는 사회적인 논란이 생길 경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기 보다 여론을 살피다가 불리해지면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명확하게 회사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직원들 역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가치가 동시에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철학은 직원들로 하여금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사회참여 의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기에 각종 사회참여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의 이해와 참여없이 형식적인 행사로 진행되거나 오히려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헝가리에서의 보이코트 움직임에 대해서 코카콜라는 아래와 같이 회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카-콜라는 회사의 사업에 있어서, 다양성, 포용성(inclusion), 그리고 평등을 적극적으로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사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지합니다…LGBTQI 커뮤니티의 오랜 지지자로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헝가리에서 집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출처: CNN Business; 참고: LGBTQ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Intersex Life))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의 행동은 경영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기 보다,  많은 기업들처럼  시대상황을 뒤쫓는 모습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전개된 #미투운동이나 ‘Time’s up’ 시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창립 이래 남성적인 관점에서 ‘섹시함’이라는 컨셉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밀레니엄 세대들이 선호하는 ‘애슬레저 룩(athleisure look)’ 라인을 출시하는 등 상이한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회사 이사회 구성원 12명 가운데 여성은 지금도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깡마른 모델이나 전통적인 섹시함을 강조한 모델을 선호하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신제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슬레저 룩 및 레저레( leisurée) 같은 제품군 시장은 후발 경쟁업체들이 장악했으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러한 배경 속에서 회사는 전통적인 섹시함을 고수하려는 마케팅 최고 책임자가 더 이상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와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마케팅 차원에서의 변화만 꾀한다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기업의 가치만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결국 사라지거나 소수 취향의 소비자들만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코카콜라은 기업 가치에 기반한 사회적 이슈 참여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아직 기업 가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이슈의 마케팅 활용 여부를 떠나서 기업의 핵심 가치 정립은 물론 각종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회사와 직원들의 참여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기업차원에서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사회적 이슈 참여가 항상 의도했던 대로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사회적 이슈를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만 활용하려고 한다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섣불리 사회적 이슈를 다루려다가 찬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직원, 시민단체가 반대할 수 있고, 주주 또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이익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기존 마케팅 책임자는 브랜드 관점에서 트랜스젠더 모델이 자사 브랜드의 ‘판타지’ 이미지를 깰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LGBTQI 가치를 끌어안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처럼, 기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주창하고자 하는 경우라도 현실적으로 반대세력이 강력하거나 연합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들과 맞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동구권 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적인 종교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기업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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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08/28) :  Hungary Today의 보도(2019/08/07)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이 되었던 기존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 (즉, 동성 커플들의 이미지)를 무지개 색상의 코카콜라 병 패키지 이미지로 대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불매운동 때문이 아니며 캠페인의 다음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또한 코카-콜라는 8월 초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음악축제의 주제 (“Love Revolution”)가 회사의 핵심가치(‘평등’과 ‘다양성’)와 잘 연결되고 있어서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무지개색으로 장식한 병 패키지 디자인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고 밝혔습니다.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2

결국 코카-콜라는 음악축제 후원활동(sponsorship)과 관련해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하고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포스터 교체와 관련해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아뭏든 포스터 교체로 인해 양측의 절충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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