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출연자 논란을 통해 본 방송콘텐츠 PR

약 5개월 전 출연자 문제로 공개 사과했던 tvN의 방송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 과학고 출신 의대생 출연자 논란으로 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관련기사).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특히 토크쇼 제작진은 화제성 높은 새로운 인물을 지속적으로 발굴, 섭외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반복되고 있는 ‘유퀴즈 출연진’ 논란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재나 출연진에 대한 사전 검토 및 확인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방영예정 프로그램을 단순히 알리는 차원의 ‘홍보’는 ‘시대의 흐름과 시청자 정서’를 반영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이해관계자들과의 효과적인 소통과정을 다루는 방송 콘텐츠 Public Relations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2021년 새해 ‘담다’특집 홍보영상 (출처: 유퀴즈 인스타그램)

최근 ‘유퀴즈’ 새해 특집 ‘담다’편에서는 ‘과학고등학교’ 출신으로 국내 주요 의대 6곳의 수시전형에 합격한 학생을 소개했습니다. 문제는 과학고등학교가 우수한 과학 영재들의 교육을 위해 국민들의 세금으로 설립,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영재고등학교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그동안 다수의 최상위권 졸업생들이 관련학과가 아닌 의예과/치의예과/한의예과/약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이에 최근 영재고에서는 의대 진학자에 대한 장학금 및 교육비 환수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해당 출연자는 규제 도입 전에 의대에 진학했기에 직접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또한 일부 시청자들은 진로 선택의 자유를 강조하며, 의대에서도 임상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해당 이슈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방송 콘텐츠 PR관점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유퀴즈 제작진은 10여 년 전부터 개인차원의 ‘진학 선택’이 사회적 차원에서 초래한 문제점과 이에 따른 규정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행위를 ‘미화’하는 듯한 콘텐츠를 만들어 방영한 것은 부적절했습니다. 물론 제작진은 ‘무지’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준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5개월 전에도 “출연자 섭외 과정에서 사전 확인 작업이 미흡했던 점 깊이 반성하고 있다…앞으로 출연자 선정과 방송 제작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사과의 내용면에서도 미흡했습니다.적어도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에 관해서 언급했습니다. 반면에 이번 사과문에서는 같은 문제가 재발한 것을 의식한 탓인지 구체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방송 콘텐츠 Public Relations의 활성화

분명히 ‘무한 시청률 경쟁’속의 방송 제작진 입장에서는 일단 화제성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홍보 마케팅을 위해서 부정적인 논란을 낳아서는 곤란합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무리한 마케팅 활동으로 논란을 빚거나 의도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아닌,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문제입니다. 반면에 방송 콘텐츠와 관련된 논란은 일반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방송콘텐츠의 본질적인 논란을 줄이려면 기획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기획 의도, 소재, 출연진 등을 검토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단순한 언론홍보 중심의 ‘알리기’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의 사과문 (출처: 유퀴즈 인스타그램 )

먼저 유퀴즈 제작진이 사과문에서 매번 밝히고 있는 ‘프로그램의 제작 취지’는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동되어야 합니다. 즉, 기획 의도는 출연자 발굴 및 섭외 과정에서도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제작진은 모험을 감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발생할 수 있는 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다행히 논란이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과거 부정적인 스캔들이 있었던 또다른 ‘유퀴즈’ 출연자도 있었습니다. 물론 출연자가 부정적인 이슈를 안고 있다고 해서 예능 프로그램이 이를 반드시 다룰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출연자가 너무 무겁지않게 간단한 소회를 밝히도록 함으로써 이슈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인터뷰의 ‘진정성’도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방영 시각이 임박해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는 출연자 또는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의 ‘통편집’ 등이 어렵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실행해야 합니다. 즉,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삭제, 부연 설명 등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해당 출연자의 진로 고민 과정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거나 학교측의 정책 변경 시점 소개, 소명 기회 제공 등을 통해 예상되는 논란 또는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단순한 알리기 중심의 프로그램 차원 ‘홍보’로서는 출연자 논란 발생 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콘텐츠일수록 외부 컨설팅 또는 홍보팀 자문 등을 통해서 제작사의 콘텐츠 기획단계에서부터 주요 이슈를 검토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제작진의 ‘기억’이나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기획 과정에 현대적 Public Relations 관점, 즉 이해관계자 관점의 체계적인 반영 및 소통노력을 내재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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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논란과 ‘인플루언서 PR’의 필요성

최근 국내에서는 유명 유튜버들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주, 욕설같은 크리에이터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조회수 확보를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 (선정성, 폭력성, 조작, 제작윤리 등) 경쟁, ‘뒷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에 구독자들은 사과 또는 퇴출을 요구하거나 구독취소를 통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떠오른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이제 단순한 사과문 작성법이나 단기적인 이미지 관리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체계적인 소통과 관계관리 활동(Public Relations)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돕는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써 ‘인플루언서 PR (Public Relations for Influencers)’의 필요성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 관련 논란

 1인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먹방’, ‘화장법’ 등 독특한 콘텐츠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구독자들에게 친밀감있게 전달하고 직접 소통함으로써 매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주방송이나 욕설 등 유튜브 초기부터 지적되었던 크리에이터 개인의 일탈행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카테고리 간 경쟁은 자극적인 영상 제작을 위한 ‘안전 불감증’, ‘조작’ 또는 ‘연출’ 의혹 등 운영 상의 문제점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불법 자동차 경주를 현장에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튜버는 태풍 경보가 발효중인 바닷가에서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채 실시간 ‘체험’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유명 유튜버들이 연관된 ‘뒷광고’의 경우, 규정 위반여부를 떠나서,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컨텐츠를 구성했다면 이는 ‘거짓’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제작 윤리의 문제입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허위광고 논란’ 대응>

유튜브 본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채널인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도 얼마 전 허위광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했습니다. 물론 대리인을 통한 사과였습니다. 먼저 해당 광고를 집행한 소속사 다이아TV에서 입장표명을 했습니다. 이어서 할머니의 채널 담당자가 사과글을 올렸습니다. 논란이 된 영상과 할머니의 인스타그램 계정 모두 비공개 전환되었습니다. 사과문에 덧붙여, 채널담당자는 SNS 계정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과대광고’ 논란 때문이 아니며, 할머니가 직접 자주 확인하는 창구여서 원색적인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사과글 (중앙일보 2020.8.8 기사)

하지만 ‘거친 표현’을 우려해 일방적으로 팬과의 소통채널을 닫는 것은 지나친 대응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 대신에 ‘간편하게’ 비공개 전환을 선택한 것은 ‘편의주의적’입니다. 성인 크리에이터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채널 운영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크리에이터 본인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입니다. 또한 소속사에서 좀더 적절한 방식의 소통활동, 즉 사과 및 해명에 관한 자문을 제공했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의 소통 및 사회적 책임

국내 유명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보유한 구독자수가 전통적인 미디어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누구이든 기획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면 자신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행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권력과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의 철칙(Iron law of responsibility)’처럼.

안타깝게도 논란에 휩싸인 유명 유튜버들은 진정성있는 사과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추가적인 논란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 등 콘텐츠 창작활동에 어떤 자격이나 검증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크리에이터에게 기존 언론매체 같은 전문성이나 윤리성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문제는 반복되고 크리에이터들의 임의적인 활동 정지나 은퇴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이는 그동안 채널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를 원하는 구독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작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규정을 만들고 시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바람직한 것은 영향력이 큰 유튜버들이 자율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실한 소명과 잘못의 인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소통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 수도 있고 구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출처: https://pxhere.com/en/photo/1612036)

Public Relations의 ‘사회적 책임’ 지원

일반적으로 Public Relations은 조직이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관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전략경영기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PR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도록 돕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법 학자들에 따르면, 개념적으로 책임(responsibility)은 설명/해명 의무(accountability)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즉, 책임은 이해당사자들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적’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이영록, “책임의 의미와 성격에 관한 역사적 탐색“). 이는 가해자 혼자서 일방적으로 ‘사과’를 하거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무조건 사죄’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적절한 설명을 하고 잘못을 고치려는 행동까지 포함합니다.

인플루언서의 Public Relations 서비스 활성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PR원리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다면, 불가피하게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진정성있는 사과와 더불어 잘못된 행동을 시정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 크리에이터들에게 조직적인 PR활동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겪는 문제는 기업처럼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유명 1인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들도 기존의 개인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자신 및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팬이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과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관리를 수행하는 전략경영 기능으로서 PR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필요로 하는 효과적인 소통 및 관계관리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듯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일정 규모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면 MCN에 소속되거나 팀 체제로 채널을 운용하기 시작합니다. 최소한 이 때부터 크리에이터는 구독자 및 미디어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MCN에서도 크로스 마케팅 등 수익사업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즉 MCN에서 유튜버들에게 PR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외부 PR대행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필요로 하는 PR서비스 영역은 구독자 및 미디어와의 안정적인 소통, 이슈관리, Personal Identity, CSR 활동 등이 될 것입니다.  

맺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사회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accountable)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PR원리는 이들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관심경제’의 주체로 등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PR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효과적인 소통과 관계관리를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조회수 경쟁을 위한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 자신의 채널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구독자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조직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발전된 Public Relations 원리들은 영향력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채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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