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의 사회적 이슈 참여 사례

얼마 전 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이 비슷한 시기에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펼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기업 모두 같은 유형의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은 같지만 실제 진행 과정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사회적 이슈를 기업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이번 사례를 통해 살펴 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PR업계 매체 Ragan’s PRDaily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성소수자 커플들이 함께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담은 코카콜라의 ‘#Love is Love’ 광고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한편, 여성 속옷업체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트랜스젠더 모델을 처음으로 채용하면서 그동안 트랜스젠더 모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기존 마케팅 책임자를 내보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코카콜라가 능동적으로 이슈를 활용한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슈대응 차원의 접근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일부 직원이나 시민단체가 기업들에게 다양성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주로 ‘수동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한 NFL 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내세운 나이키의 30주년 캠페인 등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이슈참여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킨 나이키 30주년 광고 캠페인관련 Washington Post 보도영상 중 한 장면

불매운동의 위협 속에서도 회사의 철학과 가치를 가장 앞에 내세우는 코카콜라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는 사회적인 논란이 생길 경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기 보다 여론을 살피다가 불리해지면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명확하게 회사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직원들 역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가치가 동시에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철학은 직원들로 하여금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사회참여 의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기에 각종 사회참여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의 이해와 참여없이 형식적인 행사로 진행되거나 오히려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헝가리에서의 보이코트 움직임에 대해서 코카콜라는 아래와 같이 회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카-콜라는 회사의 사업에 있어서, 다양성, 포용성(inclusion), 그리고 평등을 적극적으로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사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지합니다…LGBTQI 커뮤니티의 오랜 지지자로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헝가리에서 집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출처: CNN Business; 참고: LGBTQ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Intersex Life))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의 행동은 경영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기 보다,  많은 기업들처럼  시대상황을 뒤쫓는 모습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전개된 #미투운동이나 ‘Time’s up’ 시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창립 이래 남성적인 관점에서 ‘섹시함’이라는 컨셉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밀레니엄 세대들이 선호하는 ‘애슬레저 룩(athleisure look)’ 라인을 출시하는 등 상이한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회사 이사회 구성원 12명 가운데 여성은 지금도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깡마른 모델이나 전통적인 섹시함을 강조한 모델을 선호하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신제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슬레저 룩 및 레저레( leisurée) 같은 제품군 시장은 후발 경쟁업체들이 장악했으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러한 배경 속에서 회사는 전통적인 섹시함을 고수하려는 마케팅 최고 책임자가 더 이상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와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마케팅 차원에서의 변화만 꾀한다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기업의 가치만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결국 사라지거나 소수 취향의 소비자들만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코카콜라은 기업 가치에 기반한 사회적 이슈 참여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아직 기업 가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이슈의 마케팅 활용 여부를 떠나서 기업의 핵심 가치 정립은 물론 각종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회사와 직원들의 참여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기업차원에서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사회적 이슈 참여가 항상 의도했던 대로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사회적 이슈를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만 활용하려고 한다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섣불리 사회적 이슈를 다루려다가 찬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직원, 시민단체가 반대할 수 있고, 주주 또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이익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기존 마케팅 책임자는 브랜드 관점에서 트랜스젠더 모델이 자사 브랜드의 ‘판타지’ 이미지를 깰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LGBTQI 가치를 끌어안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처럼, 기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주창하고자 하는 경우라도 현실적으로 반대세력이 강력하거나 연합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들과 맞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동구권 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적인 종교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기업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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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08/28) :  Hungary Today의 보도(2019/08/07)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이 되었던 기존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 (즉, 동성 커플들의 이미지)를 무지개 색상의 코카콜라 병 패키지 이미지로 대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불매운동 때문이 아니며 캠페인의 다음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또한 코카-콜라는 8월 초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음악축제의 주제 (“Love Revolution”)가 회사의 핵심가치(‘평등’과 ‘다양성’)와 잘 연결되고 있어서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무지개색으로 장식한 병 패키지 디자인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고 밝혔습니다.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2

결국 코카-콜라는 음악축제 후원활동(sponsorship)과 관련해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하고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포스터 교체와 관련해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아뭏든 포스터 교체로 인해 양측의 절충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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