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M 시대의 브랜드관리: NFL 워싱턴 팀 이름 변경

최근 글로벌 PR기업인 에델만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와 인종 정의(racial justice)’에 관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인종차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행동하지 않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인종차별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의 입장표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중립지대’였던 스포츠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일반 기업들에 대한 브랜드 관리의 함의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스포츠팀의 인디언 부족 상징활용 논란

지난 50여 년 동안 미국 원주민(American Indians)을 비하하는 팀이름을 쓰지 말도록 요구 받아온 미국 프로축구(NFL)팀 워싱턴 레드스킨스(Redskins; 이하 워싱턴 풋볼팀)가 최근 구단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193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창립된 이 팀은 워싱턴 D.C.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에도 계속 같은 이름을 사용해 왔습니다. 한편 미국 원주민 단체에서는 1940년대부터 각급 학교 스포츠팀 및 프로구단들이 자신들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팀 이름이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왔습니다. 이들은 1968년부터 공식적인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또한 1972년부터는 워싱턴 풋볼팀의 이름변경을 직접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 때 약 2천 여개에 달했던 ‘인디언’과 관련된 이름이나 상징을 사용하던 각종 스포츠 팀의 약 절반 정도가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풋볼팀은 2013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 및 연방 의원들의 잇따른 팀 명칭 변경 건의에도 불구하고 팀 이름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종차별 철폐운동(“Black Lives Matter”)이 벌어진 지 약 2개월 만에 결국 워싱턴 풋볼팀은 팀이름 변경을 발표합니다. 해당 구단의 이름 변경 결정과 관련된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7/2)

  • 워싱턴 풋볼팀의 최대 후원기업인 페덱스의 ‘구단명 변경’ 요청
    • 비공개 서신 발송 및 요청사실의 대외적 공표
    • 경기장 이름 명명권(naming right) 계약철회 가능성 언급  
  • 나이키 온라인 스토어의 ‘레드스킨스’ 구단상품 퇴출

(7/3)

  • 워싱턴 풋볼팀의 구단명칭 관련 ‘철저한 검토’계획 발표      
  • 후원기업인 펩시와 뱅크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나이키, NFL 총재의 지지 표명       

(7/13)

  • 워싱턴 풋볼팀의 팀 명칭 변경 발표 

1999년 워싱턴 풋볼팀을 인수한 대니얼 스나이더 구단주는 팀의 오랜 역사와 전통, 영예와 자부심의 상징,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을 내세우며 팀 이름 변경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렇듯 팀 이름 변경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도 꿈쩍하지 않던 구단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습니다. 무엇이 달라졌기 때문일까요? 현재 사회적인 정당성이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사회적 ‘중립지대’의 소멸

그동안 많은 스포츠팀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일반 기업처럼 역사, 관행, 성역,  열성 소비자 또는 팬, 의도의 순수성 등을 들며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외부의 논란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No Traffic Island" 표지판

역사적 사실 또는 관행의 폐기 

그동안 각 사회에서는 오래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현재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을 자제해 온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 이후 세계 각국에서 노예제에 앞장 섰던 인물들의 조형물이 훼손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브리스틀에서는 17세기 노예무역상이었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끌어 내려졌습니다. 수백년 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87년간 사용해 온 구단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업계나 마케팅 상의 ‘관행’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정치적 중립성’의 소멸

대표적인 정치적 중립 영역으로 알려진 스포츠 역시 더 이상 ‘성역’이 아닙니다. 올림픽 헌장을 근거로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해 온 IOC에서 조차 지난 6월 적절한 방식의 표현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 4년 전 콜린 캐퍼닉스의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금지했던 NFL에서도 최근 잘못된 조치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또한 NFL 총재는 지난 달 워싱턴 풋볼팀의 구단주에게 구단이름 변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조직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기본적인 대응기조가 되고 있습니다.

팬 커뮤니티의 한계 

열성적인 팬들의 존재는 그동안 워싱턴 구단주가 팀 이름의 변경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 리그인 NFL의 명문구단 팬들의 존재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묻혀버렸습니다. 그러나 BLM시대가 되자 열성팬들도 더 이상 자신들의 경험과 추억을 근거로 ‘팀 이름 변경’에 반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회적인 정당성이 ‘인종차별 반대’ 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워싱턴 구단을 포함해 미국 원주민과 관련된 이름이나 상징을 지닌 스포츠 팀들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징의 이해: 피해자 관점 

그동안 워싱턴 풋볼팀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팀에서는 구단 이름, 로고, 캐릭터 등에서 미국 원주민들의 정체성을 차용해 왔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비하’가 아닌 ‘친밀감’ 또는 ‘경의’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미국 원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Redskins’은 미국 원주민 말살정책이 펼쳐지던 영국 식민지 시절 현상금을 받기 위한 증거물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부족 이름을 팀이름으로 사용하는 다른 스포츠팀 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 원주민들은 초기부터 워싱턴 풋볼팀을 타깃으로 설정했을 것입니다.

NCAI의 ‘마스코트를 바꿔라(Change the Mascot)’ 동영상

미국 원주민들의 ‘용맹함’을 기리거나, ‘친근한’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더라도 당사자들이 불편해 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적지 않은 미국 원주민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들을 불편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르면 정확한 ‘어원’ 또는 객관적 ‘인식조사 결과’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키모’라는 표현의 어원이 무엇이든 간에 현지인들이 모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약 100년된 네슬레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에스키모 파이’는 최근 알래스카 지역의 이누이트족 비하 논란 때문에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캐나다 풋볼팀 에드먼턴 에스키모스 역시 팀 이름을 바꾼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 이해관계자: 기업 행동주의(Corporate activism)의 출현

워싱턴 풋볼팀의 전격적지만 ‘때늦은’ 명칭 변경에는 후원사 및 협력업체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후원사인 페덱스는 1999년 워싱턴 풋볼팀과 2억 5백만달러 규모의 경기장 이름 사용권 (stadium naming rights)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페덱스는 팀이름이 바뀌지 않을 경우  2020년 시즌 이후 잔여 계약을 파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워싱턴풋볼팀은 잔여 기간 동안 약 4,500만 달러의 잔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구단 상품 제조업체인 나이키는 물론 주요 유통업체들인 월마트, 타겟, 아마존마저 구단상품 판매를 배제하면서 압박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결국 사회전반의 인종차별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구단의 이름변경을 위해 노력해 온 전국 스포츠/미디어 인종차별철폐 연합(the National Coalition Against Racism in Sports and Media)의 관계자 역시 ‘돈의 결정적인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앞으로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타깃기업을 움직이기 위해 협력업체 등 관련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력행사를 늘려갈 것입니다. 또한 바디샵, 파타고니아 같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의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 등을 통해서 기업의 행동주의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PR에의 시사점

NFL 워싱턴 풋볼팀의 ‘때늦은’ 이름 변경은 해당 구단의 브랜드 관리차원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구단과 기업들이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브랜드 이름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브랜드 관리가 단순한 마케팅 관점을 넘어 정치사회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함을 잘 보여줍니다.  BLM 시대의 브랜드 PR이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기업이 정치사회적인 주요 쟁점에 대해 입장 표명없이 침묵할 수 있는 안전한 중립지대 및 안전장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중립성’, 역사 및 전통, 관행, 팬 커뮤니티 등 과거에는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방어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던 근거들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요 사안에 대해 각 기업은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일관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창립이념이나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치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적절한 행동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둘째, 시민단체의 전략적 타깃 설정 및 행동주의 기업의 증가에 따라 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에서도 이해관계자 관계관리 관점의 채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타깃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해 ‘약한 고리’ 기업들을 지렛대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련기업들의 영향력 행사는 워싱턴풋볼팀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 또는 기업 행동주의 등을 통해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끝으로, 기존 브랜드 자산의 소멸됨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가치에 기반해 새로운 정체성 및 사업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적인 브랜드 관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필연적으로 기존 브랜드 자산과의 단절 또는 포기를 낳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새로운 정치사회적 환경과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필요할 경우 선제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 및 정체성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 #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통해 본 아카데미 시상식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봉준호 감독은 다각적인 분석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더라면 ‘기생충’의 이번 도전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아마 후보 지명에만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아카데미 상(Academy Awards) (출처: pngimg.com )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 시상식의 ‘상업주의’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에 4개의 오스카를 안긴 이번 시상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 이하 아카데미)의 홍보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역(local) 행사로서의 아카데미 시상식 

지난 해 가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상이 ‘지역(local)에 기반한’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적인 ‘도발’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짚어낸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사실 시상식은 많은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는 홍보마케팅 도구입니다. 조직은 내부 구성원 또는 외부인에게 상을 수여함으로써 시상식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동시에 자신의 권위와 위상, 대외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수상자는 영예와 수상에 따른 후광효과를 얻게 됩니다. 아카데미와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각기 설립취지에 따라 수상자 및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통한 세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역행사’인 이유는 주요 국제영화제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심사 대상이 다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국영화나 미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요 국제영화제의 심사대상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작품들입니다. 또한,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미개봉작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로스 앤젤레스에서의 개봉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심사방식의 차이입니다.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부문별로 위촉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결정합니다. 반면에 아카데미에서는 지난 몇년간 일정한 수준의 활동을 한 현역 회원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합니다. 또한,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에는 문학가나 연예인 등 영화계 바깥의 인물도 초청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회원자격은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제한되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현업 영화인들만 시상식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영화를 심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로컬’ 행사로 봐야 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표현은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산업의 세계적인 영향력 때문에 아카데미 상을 전 세계 영화에 대한 평가결과로 간주하거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입니다. 마치 메이저 리그(MLB)에서 양대 리그간의 결승전을 ‘월드 시리즈’라고 부른다고 해서 진정한 글로벌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변화의 바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인들은 사회 내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 월가 점령 시위, 미투 운동 등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더욱이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이익 최우선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앙일보 “미국 대륙을 넘어…오스카 계획이 있었구나’)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세계 영화 속의 미국 영화라는 인식 속에서 ‘새로운’ 세계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50대 이상의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카데미는 2015년부터 한국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아시아권 영화인에 대한 문호도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부터 <외국어 영화상> 시상부문을 <국제장편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계 안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 영어권 작품에 대해 인색했다는 평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아카데미의 이해관계자

아카데미에게는 회원들 외에도 언론, 영화팬(소비자), 영화사, 비평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데미의 방향성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상식 초기 부터 언론은 아카데미의 중요한 파트너였습니다. 라디오 중계, TV 생중계 등을 거치며 ,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퍼볼을 제외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출처: 나무위키). 약 20년 전부터는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을 고려해 시상식을 평일에서 주말로 옮겼습니다. 과거 오스카상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언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영화 팬들의 경우, 이번 시상식 관련 기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남기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따로 만들어 놓고서, 외국영화에 작품상까지 주는 것은 ‘중복’이라는 문제제기에서 부터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작품에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을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도 있었습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 선정이 투표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팬들의 반응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행히 시상식 전부터 미국 언론에서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생충’의 제작을 지원한 CJ측에서 현지 언론, 영화인, 지역 영화제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 덕분에 이번 ‘사태’는 아카데미의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뭏든 주최측으로서도 각 시상 부문의 취지 및 수상작의 가치와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의 중요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언어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자막 장벽’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

아카데미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자신들이 다양성과 함께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 매체와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펼친 ‘기생충’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조직의 지향점이 있다고 해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에 상을 준다면 시상식의 권위와 신뢰도가 훼손되고 결국 영화 팬들과 비평가, 언론은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시상식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카데미는 시상식 결과에 불만을 가진 미국 영화팬들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감독, 배우가 만든 영화의 ‘선전’을 기대하는 기존 ‘헐리우드’ 관객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미국내 ‘기생충’의 확대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의 분석처럼 ‘자막 장벽’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미국 안팎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인치 자막’ 영화들이 미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면서 관객들도 빠르게 ‘글로벌’ 아카데미와 눈높이를 맞추게 될 것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