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논란과 ‘인플루언서 PR’의 필요성

최근 국내에서는 유명 유튜버들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주, 욕설같은 크리에이터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조회수 확보를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 (선정성, 폭력성, 조작, 제작윤리 등) 경쟁, ‘뒷광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이에 구독자들은 사과 또는 퇴출을 요구하거나 구독취소를 통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플루언서(influencer)’로 떠오른 1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이제 단순한 사과문 작성법이나 단기적인 이미지 관리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좀 더 체계적인 소통과 관계관리 활동(Public Relations)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돕는 효과적인 대응방안으로써 ‘인플루언서 PR (Public Relations for Influencers)’의 필요성에 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 관련 논란

 1인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먹방’, ‘화장법’ 등 독특한 콘텐츠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구독자들에게 친밀감있게 전달하고 직접 소통함으로써 매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점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주방송이나 욕설 등 유튜브 초기부터 지적되었던 크리에이터 개인의 일탈행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카테고리 간 경쟁은 자극적인 영상 제작을 위한 ‘안전 불감증’, ‘조작’ 또는 ‘연출’ 의혹 등 운영 상의 문제점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불법 자동차 경주를 현장에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튜버는 태풍 경보가 발효중인 바닷가에서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채 실시간 ‘체험’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유명 유튜버들이 연관된 ‘뒷광고’의 경우, 규정 위반여부를 떠나서,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처럼 컨텐츠를 구성했다면 이는 ‘거짓’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제작 윤리의 문제입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허위광고 논란’ 대응>

유튜브 본사에서 주목하고 있는 채널인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도 얼마 전 허위광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했습니다. 물론 대리인을 통한 사과였습니다. 먼저 해당 광고를 집행한 소속사 다이아TV에서 입장표명을 했습니다. 이어서 할머니의 채널 담당자가 사과글을 올렸습니다. 논란이 된 영상과 할머니의 인스타그램 계정 모두 비공개 전환되었습니다. 사과문에 덧붙여, 채널담당자는 SNS 계정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과대광고’ 논란 때문이 아니며, 할머니가 직접 자주 확인하는 창구여서 원색적인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사과글 (중앙일보 2020.8.8 기사)

하지만 ‘거친 표현’을 우려해 일방적으로 팬과의 소통채널을 닫는 것은 지나친 대응으로 보입니다. 또한 전후 사정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 대신에 ‘간편하게’ 비공개 전환을 선택한 것은 ‘편의주의적’입니다. 성인 크리에이터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채널 운영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더라도 크리에이터 본인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입니다. 또한 소속사에서 좀더 적절한 방식의 소통활동, 즉 사과 및 해명에 관한 자문을 제공했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의 소통 및 사회적 책임

국내 유명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보유한 구독자수가 전통적인 미디어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누구이든 기획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면 자신의 콘텐츠 뿐만 아니라 행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권력과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의 철칙(Iron law of responsibility)’처럼.

안타깝게도 논란에 휩싸인 유명 유튜버들은 진정성있는 사과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추가적인 논란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 등 콘텐츠 창작활동에 어떤 자격이나 검증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크리에이터에게 기존 언론매체 같은 전문성이나 윤리성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일탈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문제가 있는 크리에이터들은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문제는 반복되고 크리에이터들의 임의적인 활동 정지나 은퇴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이는 그동안 채널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온 크리에이터와 콘텐츠를 원하는 구독자 모두에게 손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작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규정’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규정을 만들고 시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섣부른 ‘규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바람직한 것은 영향력이 큰 유튜버들이 자율적으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성실한 소명과 잘못의 인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효과적인 소통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 수도 있고 구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인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출처: https://pxhere.com/en/photo/1612036)

Public Relations의 ‘사회적 책임’ 지원

일반적으로 Public Relations은 조직이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관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전략경영기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PR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도록 돕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법 학자들에 따르면, 개념적으로 책임(responsibility)은 설명/해명 의무(accountability)와도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즉, 책임은 이해당사자들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적’으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이영록, “책임의 의미와 성격에 관한 역사적 탐색“). 이는 가해자 혼자서 일방적으로 ‘사과’를 하거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무조건 사죄’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적절한 설명을 하고 잘못을 고치려는 행동까지 포함합니다.

인플루언서의 Public Relations 서비스 활성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PR원리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다면, 불가피하게 논란이 발생하더라도, 진정성있는 사과와 더불어 잘못된 행동을 시정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별 크리에이터들에게 조직적인 PR활동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이 겪는 문제는 기업처럼 복잡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유명 1인 크리에이터들은 이미 많은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들도 기존의 개인 이미지 관리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자신 및 콘텐츠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팬이 아닌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과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을 통해 관계관리를 수행하는 전략경영 기능으로서 PR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필요로 하는 효과적인 소통 및 관계관리 지침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듯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일정 규모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면 MCN에 소속되거나 팀 체제로 채널을 운용하기 시작합니다. 최소한 이 때부터 크리에이터는 구독자 및 미디어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관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MCN에서도 크로스 마케팅 등 수익사업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및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지원을 해야 합니다. 즉 MCN에서 유튜버들에게 PR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외부 PR대행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필요로 하는 PR서비스 영역은 구독자 및 미디어와의 안정적인 소통, 이슈관리, Personal Identity, CSR 활동 등이 될 것입니다.  

맺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사회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accountable) 책임(responsibility)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PR원리는 이들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관심경제’의 주체로 등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한 PR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효과적인 소통과 관계관리를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조회수 경쟁을 위한 각종 논란에서 벗어나 자신의 채널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구독자들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계속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조직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발전된 Public Relations 원리들은 영향력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채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 #

BLM 시대의 브랜드관리: NFL 워싱턴 팀 이름 변경

최근 글로벌 PR기업인 에델만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와 인종 정의(racial justice)’에 관한 조사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인종차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행동하지 않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러한 인종차별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의 입장표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중립지대’였던 스포츠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일반 기업들에 대한 브랜드 관리의 함의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스포츠팀의 인디언 부족 상징활용 논란

지난 50여 년 동안 미국 원주민(American Indians)을 비하하는 팀이름을 쓰지 말도록 요구 받아온 미국 프로축구(NFL)팀 워싱턴 레드스킨스(Redskins; 이하 워싱턴 풋볼팀)가 최근 구단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193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창립된 이 팀은 워싱턴 D.C.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에도 계속 같은 이름을 사용해 왔습니다. 한편 미국 원주민 단체에서는 1940년대부터 각급 학교 스포츠팀 및 프로구단들이 자신들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팀 이름이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해왔습니다. 이들은 1968년부터 공식적인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또한 1972년부터는 워싱턴 풋볼팀의 이름변경을 직접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 때 약 2천 여개에 달했던 ‘인디언’과 관련된 이름이나 상징을 사용하던 각종 스포츠 팀의 약 절반 정도가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풋볼팀은 2013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 및 연방 의원들의 잇따른 팀 명칭 변경 건의에도 불구하고 팀 이름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인종차별 철폐운동(“Black Lives Matter”)이 벌어진 지 약 2개월 만에 결국 워싱턴 풋볼팀은 팀이름 변경을 발표합니다. 해당 구단의 이름 변경 결정과 관련된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7/2)

  • 워싱턴 풋볼팀의 최대 후원기업인 페덱스의 ‘구단명 변경’ 요청
    • 비공개 서신 발송 및 요청사실의 대외적 공표
    • 경기장 이름 명명권(naming right) 계약철회 가능성 언급  
  • 나이키 온라인 스토어의 ‘레드스킨스’ 구단상품 퇴출

(7/3)

  • 워싱턴 풋볼팀의 구단명칭 관련 ‘철저한 검토’계획 발표      
  • 후원기업인 펩시와 뱅크오브 아메리카, 그리고 나이키, NFL 총재의 지지 표명       

(7/13)

  • 워싱턴 풋볼팀의 팀 명칭 변경 발표 

1999년 워싱턴 풋볼팀을 인수한 대니얼 스나이더 구단주는 팀의 오랜 역사와 전통, 영예와 자부심의 상징,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을 내세우며 팀 이름 변경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렇듯 팀 이름 변경을 위한 각계의 노력에도 꿈쩍하지 않던 구단이 갑자기 입장을 바꿨습니다. 무엇이 달라졌기 때문일까요? 현재 사회적인 정당성이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사회적 ‘중립지대’의 소멸

그동안 많은 스포츠팀들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일반 기업처럼 역사, 관행, 성역,  열성 소비자 또는 팬, 의도의 순수성 등을 들며 거부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외부의 논란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No Traffic Island" 표지판

역사적 사실 또는 관행의 폐기 

그동안 각 사회에서는 오래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현재의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을 자제해 온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건 이후 세계 각국에서 노예제에 앞장 섰던 인물들의 조형물이 훼손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브리스틀에서는 17세기 노예무역상이었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이 끌어 내려졌습니다. 수백년 전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87년간 사용해 온 구단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는 지나치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업계나 마케팅 상의 ‘관행’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정치적 중립성’의 소멸

대표적인 정치적 중립 영역으로 알려진 스포츠 역시 더 이상 ‘성역’이 아닙니다. 올림픽 헌장을 근거로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해 온 IOC에서 조차 지난 6월 적절한 방식의 표현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 4년 전 콜린 캐퍼닉스의 ‘무릎꿇기’ 세리머니를 금지했던 NFL에서도 최근 잘못된 조치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또한 NFL 총재는 지난 달 워싱턴 풋볼팀의 구단주에게 구단이름 변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조직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기본적인 대응기조가 되고 있습니다.

팬 커뮤니티의 한계 

열성적인 팬들의 존재는 그동안 워싱턴 구단주가 팀 이름의 변경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로스포츠 리그인 NFL의 명문구단 팬들의 존재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묻혀버렸습니다. 그러나 BLM시대가 되자 열성팬들도 더 이상 자신들의 경험과 추억을 근거로 ‘팀 이름 변경’에 반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회적인 정당성이 ‘인종차별 반대’ 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워싱턴 구단을 포함해 미국 원주민과 관련된 이름이나 상징을 지닌 스포츠 팀들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징의 이해: 피해자 관점 

그동안 워싱턴 풋볼팀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팀에서는 구단 이름, 로고, 캐릭터 등에서 미국 원주민들의 정체성을 차용해 왔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비하’가 아닌 ‘친밀감’ 또는 ‘경의’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미국 원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Redskins’은 미국 원주민 말살정책이 펼쳐지던 영국 식민지 시절 현상금을 받기 위한 증거물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부족 이름을 팀이름으로 사용하는 다른 스포츠팀 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 원주민들은 초기부터 워싱턴 풋볼팀을 타깃으로 설정했을 것입니다.

NCAI의 ‘마스코트를 바꿔라(Change the Mascot)’ 동영상

미국 원주민들의 ‘용맹함’을 기리거나, ‘친근한’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더라도 당사자들이 불편해 한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적지 않은 미국 원주민들이 자신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불러 일으키는 표현들을 불편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르면 정확한 ‘어원’ 또는 객관적 ‘인식조사 결과’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키모’라는 표현의 어원이 무엇이든 간에 현지인들이 모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약 100년된 네슬레의 아이스크림 브랜드 ‘에스키모 파이’는 최근 알래스카 지역의 이누이트족 비하 논란 때문에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캐나다 풋볼팀 에드먼턴 에스키모스 역시 팀 이름을 바꾼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 이해관계자: 기업 행동주의(Corporate activism)의 출현

워싱턴 풋볼팀의 전격적지만 ‘때늦은’ 명칭 변경에는 후원사 및 협력업체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가장 큰 규모의 후원사인 페덱스는 1999년 워싱턴 풋볼팀과 2억 5백만달러 규모의 경기장 이름 사용권 (stadium naming rights)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페덱스는 팀이름이 바뀌지 않을 경우  2020년 시즌 이후 잔여 계약을 파기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워싱턴풋볼팀은 잔여 기간 동안 약 4,500만 달러의 잔금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구단 상품 제조업체인 나이키는 물론 주요 유통업체들인 월마트, 타겟, 아마존마저 구단상품 판매를 배제하면서 압박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결국 사회전반의 인종차별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구단의 이름변경을 위해 노력해 온 전국 스포츠/미디어 인종차별철폐 연합(the National Coalition Against Racism in Sports and Media)의 관계자 역시 ‘돈의 결정적인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앞으로 시민단체들은 자신들의 타깃기업을 움직이기 위해 협력업체 등 관련기업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력행사를 늘려갈 것입니다. 또한 바디샵, 파타고니아 같은 대표적인 행동주의 기업뿐만 아니라 최근의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 등을 통해서 기업의 행동주의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브랜드PR에의 시사점

NFL 워싱턴 풋볼팀의 ‘때늦은’ 이름 변경은 해당 구단의 브랜드 관리차원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구단과 기업들이 인종차별 논란이 있는 브랜드 이름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례는 앞으로 브랜드 관리가 단순한 마케팅 관점을 넘어 정치사회적인 맥락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함을 잘 보여줍니다.  BLM 시대의 브랜드 PR이 고려해야 할 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기업이 정치사회적인 주요 쟁점에 대해 입장 표명없이 침묵할 수 있는 안전한 중립지대 및 안전장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적 중립성’, 역사 및 전통, 관행, 팬 커뮤니티 등 과거에는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방어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던 근거들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요 사안에 대해 각 기업은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합니다. 물론 일관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창립이념이나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치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적절한 행동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둘째, 시민단체의 전략적 타깃 설정 및 행동주의 기업의 증가에 따라 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에서도 이해관계자 관계관리 관점의 채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타깃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해 ‘약한 고리’ 기업들을 지렛대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련기업들의 영향력 행사는 워싱턴풋볼팀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 또는 기업 행동주의 등을 통해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끝으로, 기존 브랜드 자산의 소멸됨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가치에 기반해 새로운 정체성 및 사업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상적인 브랜드 관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제기는 필연적으로 기존 브랜드 자산과의 단절 또는 포기를 낳게 됩니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새로운 정치사회적 환경과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필요할 경우 선제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가치 및 정체성을 수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 #

거인의 그림자

이미지 출처: https://www.publicdomainpictures.net/en/view-image.php?image=226034&picture=tree-on-a-clearing-with-green-grass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두 분이 최근 잇달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백선엽 장군은 한국전쟁을 통해 큰 전공을 세웠고, 박원순 시장은 역대 최장수 서울 시장으로서 활동했습니다. 고인들이 세상을 떠나는 방식은 달랐지만 사후 사회적인 반향은 몇 가지 비슷한 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과’의 아이러니

이 분들의 뚜렷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장례절차에서부터 ‘재평가’ 또는 진상조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분들은 자신이 세운 뚜렷한 공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흠결’이 있습니다. 한 분은 ‘친일행적’으로 다른 한 분은 ‘성추행’ 논란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자신의 ‘허물’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나 사과없이 생을 마무리했습니다. 그 결과 장례가 끝난 뒤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 전 시장의 경우 진상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전혀 허물이나 실수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자신을 향한 ‘비판’ 또는 ‘비난’에 대해서 끝내 분명한 답변이 없던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문제제기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또는 공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허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공인으로서의 마지막 메시지

이 분들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지도층 인사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중요한 가치에 비춰 봤더라면 세상에 내어 놓는 마지막 ‘메시지’가 좀 더 명확해 지지 않았을까요? 만일 그랬더라면 피해자들에 대한 적지않은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의 사회적인 혼란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사회 지도층의 공과에 대한 판단 및 예우와 관련해 중요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공인이었던 이 분들이 개인 차원에서 자신의 ‘허물’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습니다. 이제 각계의 다양한 조직들이 남겨진 숙제를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머지 않아 이 분들에 대한 논란은 사그러들 것입니다. 하지만 특정 개인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향후 공과가 뚜렷한 지도자의 사후 ‘예우’는 물론 ‘일탈행위 예방책’과 관련된 제도적인 정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각계 단체 및 사회의 과제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가 ‘공인의 공과평가 및 사후 예우’ 및 ‘기관장의 일탈 방지’ 등과 관련된 교훈을 정립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모쪼록 이번 사례를 통해 사회지도층에서 분명한 깨달음을 얻었기 바랍니다.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제도 정비를 통해 지도층의 일탈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 #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을 통해 본 아카데미 시상식

비영어권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 수상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의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봉준호 감독은 다각적인 분석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더라면 ‘기생충’의 이번 도전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아마 후보 지명에만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아카데미 상(Academy Awards) (출처: pngimg.com )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아카데미상 수상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아카데미 시상식의 ‘상업주의’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에 4개의 오스카를 안긴 이번 시상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 이하 아카데미)의 홍보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지역(local) 행사로서의 아카데미 시상식 

지난 해 가을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상이 ‘지역(local)에 기반한’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적인 ‘도발’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짚어낸 것으로 보는게 더 타당해 보입니다.  

사실 시상식은 많은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는 홍보마케팅 도구입니다. 조직은 내부 구성원 또는 외부인에게 상을 수여함으로써 시상식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동시에 자신의 권위와 위상, 대외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수상자는 영예와 수상에 따른 후광효과를 얻게 됩니다. 아카데미와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각기 설립취지에 따라 수상자 및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산업을 통한 세계적인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역행사’인 이유는 주요 국제영화제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심사 대상이 다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국영화나 미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주요 국제영화제의 심사대상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작품들입니다. 또한,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미개봉작도 수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영화가 아카데미 상을 받으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 로스 앤젤레스에서의 개봉실적이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심사방식의 차이입니다. 주요 국제영화제에서는 부문별로 위촉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결정합니다. 반면에 아카데미에서는 지난 몇년간 일정한 수준의 활동을 한 현역 회원들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합니다. 또한, 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에는 문학가나 연예인 등 영화계 바깥의 인물도 초청됩니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회원자격은 실제로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제한되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현업 영화인들만 시상식에 투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영화를 심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로컬’ 행사로 봐야 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표현은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산업의 세계적인 영향력 때문에 아카데미 상을 전 세계 영화에 대한 평가결과로 간주하거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입니다. 마치 메이저 리그(MLB)에서 양대 리그간의 결승전을 ‘월드 시리즈’라고 부른다고 해서 진정한 글로벌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변화의 바람: 다 계획이 있었구나

전통적으로 미국 영화인들은 사회 내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배우들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운동, 월가 점령 시위, 미투 운동 등에 동조하는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더욱이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이익 최우선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앙일보 “미국 대륙을 넘어…오스카 계획이 있었구나’)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세계 영화 속의 미국 영화라는 인식 속에서 ‘새로운’ 세계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50대 이상의 백인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카데미는 2015년부터 한국 영화인들을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아시아권 영화인에 대한 문호도 점차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부터 <외국어 영화상> 시상부문을 <국제장편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미국 영화계 안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 영어권 작품에 대해 인색했다는 평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아카데미의 이해관계자

아카데미에게는 회원들 외에도 언론, 영화팬(소비자), 영화사, 비평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데미의 방향성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같이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상식 초기 부터 언론은 아카데미의 중요한 파트너였습니다. 라디오 중계, TV 생중계 등을 거치며 , 아카데미 시상식은 수퍼볼을 제외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출처: 나무위키). 약 20년 전부터는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을 고려해 시상식을 평일에서 주말로 옮겼습니다. 과거 오스카상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는 언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영화 팬들의 경우, 이번 시상식 관련 기사에 불만을 토로하는 댓글을 남기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따로 만들어 놓고서, 외국영화에 작품상까지 주는 것은 ‘중복’이라는 문제제기에서 부터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작품에게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을 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도 있었습니다. 수상자 및 수상작 선정이 투표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팬들의 반응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행히 시상식 전부터 미국 언론에서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가능성을 높게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기생충’의 제작을 지원한 CJ측에서 현지 언론, 영화인, 지역 영화제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친 덕분에 이번 ‘사태’는 아카데미의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뭏든 주최측으로서도 각 시상 부문의 취지 및 수상작의 가치와 관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의 중요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언어 장벽은 이미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자막 장벽’에 관한 뉴욕타임즈 기사

아카데미는 이번 시상식을 통해 자신들이 다양성과 함께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미국 매체와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펼친 ‘기생충’이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었던 덕분입니다. 조직의 지향점이 있다고 해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에 상을 준다면 시상식의 권위와 신뢰도가 훼손되고 결국 영화 팬들과 비평가, 언론은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시상식 시청률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아카데미는 시상식 결과에 불만을 가진 미국 영화팬들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친숙한 감독, 배우가 만든 영화의 ‘선전’을 기대하는 기존 ‘헐리우드’ 관객들도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미국내 ‘기생충’의 확대상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의 분석처럼 ‘자막 장벽’은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와 더불어 미국 안팎에서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1인치 자막’ 영화들이 미국 시장을 계속 두드리면서 관객들도 빠르게 ‘글로벌’ 아카데미와 눈높이를 맞추게 될 것입니다.

# # #

코비 브라이언트 추모물결로 본 PR커뮤니케이션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최근 헬기사고로 숨진 NBA 선수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LA, 뉴욕 등 미국은 물론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자발적인 추모메시지와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유명 운동 선수들도 경기 중 코비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조직 차원에서는 NBA 및 그의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과 단체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고가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차원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현상들을 PR관점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일반적으로 PR은 조직 차원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자 관계관리 기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조직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20년 간 선수생활을 했던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리그 입니다. 코비의 죽음이 알려진 뒤 LA 레이커스 구단은 경기장이 위치한 스테이플스센터 앞에 추모공간을 설치했습니다. 다만 추도문과 사진을 게시한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레이커스 구단은 사흘 동안 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을 멈췄습니다 (루키 관련보도 참고). 이후 구단은 29일 밤(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 피해자를 돕기위한 기금조성 소식을 알리며 다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NBA 사무국에서는 아담 실버 총재가 직접 추모 메시지를 발표하고, 레이커스 구단과 협의해 예정된 지역 라이벌 전을 전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한편 NBA 선수들은 경기 시작 첫 24초 동안 플레이를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 보냄으로써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 ’24’를 기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프로농구리그(KBL)에서도 경기 시작 후 24초, 8초 동안 시간을 흘려 보내면서 애도를 표했습니다. 

유명인사들의 추모릴레이

또한 축구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 골프의 타이거 우즈, 육상의 우사인 볼트 등 종목을 떠나서 많은 유명 선수들이 추모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친분관계를 떠나서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힐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선수인 루이스 피구가 호날두의 애도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도 추모행위가 스포츠 스타선수들 가운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키트리 기사 참고). 나아가 현재 사회 명사들 사이에서도 코비 추모에 관한 일종의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IOC 위원장의 추도 메시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집합행동

팬이든 유명인사든 추모의 뜻을 밝히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팬들은 개인적으로 온오프라인 추도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기존 NBA로고의 배경 이미지를 코비 브라이언트로 바꾸자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개별 팬들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NBA라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하나의 공중(public)을 형성한 것입니다. 200만 명이 넘은 청원활동과 관련해 NBA의 답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 농구 관련 기업 및 조직

한편, 농구와 무관한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입장을 표명하거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LA시 청사 및 LA 국제공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필리핀의 쇼핑몰 등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 구단 상징 색인 보라색과 노란색 조명을 밝혔습니다. 레이커스 팀과 같은 LA를 연고지로 하는 MLB 다저스 구단에서도 추모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NFL에서도 다가오는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모행사 이미지 참고링크).

대체로 보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영웅’을 잃은 지역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스포츠 단체에서는 추모 메시지를 통해 코비의 ‘스포츠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공통분모를 찾고 있습니다.

부정적 기사 공유한 기자에 대한 제재

위의 조직들이 코비의 사망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고 한다면 일부 조직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먼저, 코비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는 상황 속에서 코비의 과거 성폭행 추문과 관련된 이전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중앙일보 관련보도 참고). 물론 코비의 성추문 관련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한 찬반입장은 팬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처럼 그의 업적과 허물을 같이 다루는 주요 언론들도 있지만 정작 성난 팬들로 인해 논란의 중심이 된 워싱턴 포스트는 ‘다수’의 정서를 따르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코비의 장례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케팅 계획 변경

한편,  약 1주일 뒤인 54회 슈퍼볼 경기 중계에 내보낼 TV광고 캠페인을 준비한 땅콩스넥 브랜드 플랜터스도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해당 광고 캠페인이 브랜드 캐릭터 Mr. Peanut의 ‘희생’과 ‘장례식’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의 사전 붐업 일정이 코비의 죽음과 겹치게 되자 플랜터스는 온라인 프로램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WSJ 관련보도). 하지만 이미 준비한 수퍼볼 광고를 철회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코비의 죽음 때문에 현대자동차에서도 수퍼볼 TV광고의 일부분을 수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플랜터스의 경우에도 재촬영에 따른 비용이 크거나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전격적인 결정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보듬는 편이 길게 보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헬기추락 사망사고 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조직들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PR)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살펴 봤습니다. 하나의 큰 사건(event)은 사회적인 차원의 대화를 이끌어 내며, 이러한 경우 많은 조직에서는 그 대화가 자신들의 미션, 조직활동, 이해관계자들과 관련이 있는지 검토를 통해 그 대화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참여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만일 하나의 ‘기회’로 본다면 자신의 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더라도 조직의 선의, 아량, 또는 재치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본다면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조직의 입장표명 및 관련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조직들은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적인 대화의 흐름을 좇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 # #

동물원의 국제인증, 동물복지, 그리고 출구전략(Exit Strategy)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이미지 출처: Wikimedia.org)
최근 경향신문(동물원에서 더 좋은 곳 가는 줄 알았는데…어쩌다 이곳에 갇히게 된 걸까요”, 2019년 1월 3일자)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국제인증 실사과정에서 사육환경 개선문제가 지적된 멸종위기종을 처분함에 따라 이들은 사육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일은 해당 동물원이 세계적인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환으로 인증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딩초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 원숭이들을 작은 창문이 있는 콘크리트 내실에서 키우면서 매일 20분 동안 야외 방사장에 풀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양도받은 체험동물원 중 한 곳의 사육장은 자연채광이 불가능한 지하에 위치한데다, 원숭이들은 관람객들의 소음, 시선, 카메라 불빛 등에 상시 노출된 상태라고 합니다.  
 

[동물복지단체의 문제 제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및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들은 해당 동물원이  미국 동물원수족관 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  인증을 받기 위해 정작 협회 규정을 위반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며, 동물 양도철회 및 사육환경 개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AZA는 “회원기관의 동물은 전문성과 시설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관으로 동물이 양도되지 않아야 하며,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입장]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AZA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실내의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
“실내에 가둬만 두느니 다른 동물원에 가는 것이 원숭이들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원숭이들이 가게 될 시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결국,  AZA 규정에 어긋나게도, 해당 동물원은 양도되는 동물들이 처하게 될 환경을 사전에 고려하거나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 vs 이해관계자 관리] 

이번 사례는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는 동물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으로 나머지에 대한 ‘포기’와 ‘정리’ 를 뜻합니다. 즉, 기존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잘 버리는 것(Exit strategy)’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사례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 및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이 적절하게 실행되지 않아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경우 자연으로 돌려보낸 동물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된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또는 단종 조치 등은 기존 고객들의 거센 반발을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직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해당 동물원이 실시단계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동물원은 드러난 사육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해당 동물을 처분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인증’을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떼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은 동물원의 미션(존재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계의 리더 격인 회장사로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기대수준, 요구사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업계 선두 기업들을 대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업계차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해결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해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당 동물원은 국제 인증을 획득했지만, 그 과정에서 존재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 처리로 인해 인증 취소는 물론, 평판마저 훼손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항상 조직의 미션 또는 존재이유에 기반한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전략의 실행단계에서도 미션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 # 

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의 사회적 이슈 참여 사례

얼마 전 코카콜라와 빅토리아 시크릿이 비슷한 시기에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펼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기업 모두 같은 유형의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은 같지만 실제 진행 과정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사회적 이슈를 기업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이번 사례를 통해 살펴 보고자 합니다. 

미국의 PR업계 매체 Ragan’s PRDaily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성소수자 커플들이 함께 콜라를 마시는 장면을 담은 코카콜라의 ‘#Love is Love’ 광고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이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한편, 여성 속옷업체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트랜스젠더 모델을 처음으로 채용하면서 그동안 트랜스젠더 모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기존 마케팅 책임자를 내보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동성애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코카콜라가 능동적으로 이슈를 활용한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슈대응 차원의 접근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일부 직원이나 시민단체가 기업들에게 다양성 차원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주로 ‘수동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한 NFL 축구선수 콜린 캐퍼닉을 내세운 나이키의 30주년 캠페인 등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이슈참여가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킨 나이키 30주년 광고 캠페인관련 Washington Post 보도영상 중 한 장면

불매운동의 위협 속에서도 회사의 철학과 가치를 가장 앞에 내세우는 코카콜라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는 사회적인 논란이 생길 경우,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기 보다 여론을 살피다가 불리해지면 실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는, 명확하게 회사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직원들 역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러가지 가치가 동시에 충돌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철학은 직원들로 하여금 신속하고도 효과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사회참여 의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갔기에 각종 사회참여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의 이해와 참여없이 형식적인 행사로 진행되거나 오히려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헝가리에서의 보이코트 움직임에 대해서 코카콜라는 아래와 같이 회사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카-콜라는 회사의 사업에 있어서, 다양성, 포용성(inclusion), 그리고 평등을 적극적으로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사회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지합니다…LGBTQI 커뮤니티의 오랜 지지자로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현재 헝가리에서 집행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출처: CNN Business; 참고: LGBTQI(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Intersex Life))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의 행동은 경영철학에 따른 결정이라기 보다,  많은 기업들처럼  시대상황을 뒤쫓는 모습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세계적으로 전개된 #미투운동이나 ‘Time’s up’ 시대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창립 이래 남성적인 관점에서 ‘섹시함’이라는 컨셉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밀레니엄 세대들이 선호하는 ‘애슬레저 룩(athleisure look)’ 라인을 출시하는 등 상이한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회사 이사회 구성원 12명 가운데 여성은 지금도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있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깡마른 모델이나 전통적인 섹시함을 강조한 모델을 선호하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신제품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슬레저 룩 및 레저레( leisurée) 같은 제품군 시장은 후발 경쟁업체들이 장악했으며 빅토리아 시크릿의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러한 배경 속에서 회사는 전통적인 섹시함을 고수하려는 마케팅 최고 책임자가 더 이상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와 지향점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 마케팅 차원에서의 변화만 꾀한다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대적 흐름과 동떨어진 기업의 가치만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결국 사라지거나 소수 취향의 소비자들만을 상대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코카콜라은 기업 가치에 기반한 사회적 이슈 참여를 진행하고 있는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아직 기업 가치 정립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이슈의 마케팅 활용 여부를 떠나서 기업의 핵심 가치 정립은 물론 각종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대한 회사와 직원들의 참여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기업차원에서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사회적 이슈 참여가 항상 의도했던 대로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사회적 이슈를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만 활용하려고 한다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섣불리 사회적 이슈를 다루려다가 찬반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적인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직원, 시민단체가 반대할 수 있고, 주주 또는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이익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기존 마케팅 책임자는 브랜드 관점에서 트랜스젠더 모델이 자사 브랜드의 ‘판타지’ 이미지를 깰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에서는 LGBTQI 가치를 끌어안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코카콜라의 경우처럼, 기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주창하고자 하는 경우라도 현실적으로 반대세력이 강력하거나 연합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들과 맞서는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동구권 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보수적인 종교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기업차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이슈참여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정치적 혼란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 # 

업데이트(08/28) :  Hungary Today의 보도(2019/08/07)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논란이 되었던 기존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 (즉, 동성 커플들의 이미지)를 무지개 색상의 코카콜라 병 패키지 이미지로 대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불매운동 때문이 아니며 캠페인의 다음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는 해명입니다. 또한 코카-콜라는 8월 초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음악축제의 주제 (“Love Revolution”)가 회사의 핵심가치(‘평등’과 ‘다양성’)와 잘 연결되고 있어서 후원사로 참여했으며, 무지개색으로 장식한 병 패키지 디자인이 이를 잘 나타내준다고 밝혔습니다. 

“Love is Love” 캠페인 포스터2

결국 코카-콜라는 음악축제 후원활동(sponsorship)과 관련해 어느 정도 논란을 예상하고 일련의 프로그램들을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포스터 교체와 관련해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아뭏든 포스터 교체로 인해 양측의 절충점이 마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