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분야 동명사형(~ing) 단어 활용 증가와 이해관계자 소통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는 경영관리 분야에서 최근 영어의 동명사형 어미(~ing)를 붙인 단어들이 많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포함시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스토리텔링을 비롯해 오가나이징(organizing),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등과 같은 다소 단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사를 활용하여 명사로 쓰는 것은 영문법에 따른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기존에 사용하던 명사형 단어 대신에 동명사형 단어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단어들은 각각 브랜드 관리(brand managment),  조직화(organization), 스토리 마케팅, 맞춤화(customization) 라는 기존 표현을 대신해서 사용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게 된 원인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들자면 경영환경의 변화속도 증가와 이해관계자 영향력 확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경영분야에서 동명사형 단어활용 증가가 지니는 의미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경영분야의 동명사형 단어 선호 현상

상시적 지속적 관리의 필요성

우선, 영문법과 달리, 국내 경영분야에서는 동명사형 어미(ing)에 ‘진행형’의 뜻도 같이 담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1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브랜딩’은 과거처럼 내부에서 장기간에 걸쳐 설정한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동작이라는 시간적 의미보다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라는 뜻입니다. ‘지금’ 실행 중인 프로그램은 없더라도 마케팅 업무가 잠시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브랜딩이나 조직화(organizing) 등은 상시적으로 지속해야 할 업무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선호나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제반 규정까지도 변화가 빨라짐에 따라, 사업 목표나 대상, 실행안을 과거보다 빠르게 수정하거나 재설정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마케팅2, 광고(advertising), 컨설팅(consulting) 등은 마켓 관리(market management), 광고(advertisement), 컨설팅 업무(consultancy) 등 명사형 단어와 함께 또는 대신해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새롭게 나타나는 단어들은 상시적,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분야가 마케팅 안팍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상시적 모니터링 및 조사활동

경쟁의 심화, 제품 품질의 평준화 및 고객 니즈의 다양화에 따라 과거의 성공 사례 또는 성공 제품이 경쟁우위 요소로 작동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제품수명주기(lifecycle)와 리드타임이 함께 짧아졌으며 소비자 반응에 따른 지속적인 수정 보완이 필수적으로 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 고객에 대한 모니터링 및 신속한 대응으로는 부족합니다. 잠재고객뿐만 아니라 비-고객에 대한 조사 및 직간접적인 소통활동을 통해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해관계자와 소통

다양한 경영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는 ‘동명사형’ 또는 ‘진행형’ 단어들은 사실상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통제’관점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협업’ 관점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입니다. ‘경쟁 범위’가 기존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확장되는 시대에는 단순히 소비자들을 제품 수명주기의 모든 단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참여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비-소비자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까지 검토하고 적극 반영함으로써,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제품 개발 단계부터 생산, 유통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및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투명하게 알리는 것을 넘어서,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경영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변함없이 전략적 행위자로서 활동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나 협력업체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전략적 행위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을, 통제 대상이 아닌, 대화와 협상  상대로서 인정하고 양방향 소통을 진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 나타난  ‘진행형’ 개념들로부터 이해관계자들의 권한이 급격히 확대되었으며 따라서 이들과의 양방향 소통이 필수적임을 읽어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잘 드러나고 있는 브랜딩 활동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1. 일부에서는 ‘현재진행형’ 또는 ‘진행형 개념’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AI, 메타버스 등 새롭게 떠오르는 현상이거나 알려진 현상이라도 변화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잠정적인 개념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
  2. 필립 코틀러의 저서<Marketing 3.0>는 국내에서 <마켓3.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자는 국내판 <에필로그>에서 ‘마케팅은 시장에 대한 기업의 판단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관점을 국내판 제목이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뜻보면 이는 동명사형 단어를 선호하는 최근 동향에 들어맞지 않는 사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원래 ‘지속적’이고 ‘혁신적인’ 마케팅 개념이 점차 진부해지면서 본래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게 되자 역설적으로 ‘시장’창출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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