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결정

‘나혼산’ 김대호 아나운서 ‘프리 선언’이 MBC에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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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방송국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 출연 중인 김대호 아나운서가 최근 방송에서 ‘퇴사 결정’을 밝힌 뒤로 관련 보도와 온라인 댓글이 활발히 이어졌습니다. ‘출연료 4만원’이라는 그의 발언에 공감하는 측과 결국 ‘돈 때문’이라는 냉소적 반응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MBC의 대응이 기존 아나운서들의 경우와 다를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반복되는 아나운서들의 ‘출연료’ 논란 및 이어지는 ‘프리 선언’이 MBC같은 방송사들에 안기는 과제는 무엇인지, 방송국과 직원의 관계관리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출연료 vs 출연 자료비

사실 ‘출연료 2만원’ 논란은 인기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이 있을 때마다 떠오르는 단골 이슈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들의 광고 활동 제한 규정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에 다니는 제 지인에 따르면, ‘출연료’는 연예인 등 외부 출연자에게 지급되는 것이며 방송국 직원은 ‘월급’을 받습니다. 대신 수당 명목으로 ‘출연자료비’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툭정한 직업이나 직무와 관련된 제약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공무원의 (영리적 목적의) 광고출연 금지 규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물론 규정이나 관행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별한 상황이거나 시대가 변했다면 바뀌어야겠지요 하지만 규제의 취지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개인의 입장에서만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방송국 PD인 제 지인은 ‘출연료’와 ‘자료비’의 차이를 잘 아는 아나운서나 제작진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혼란을 부추긴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상)스포츠조선 (2025 1. 31) https://sports.chosun.com/news/html/2025/01/31/2025013101001852300275582.jpg 하) 머니투데이 (2023.5 3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53117061474259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지위나 상황을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회사도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직원들을 혹사하는 것은 잘못이겠지요. 그동안 유명 아나운서들이 줄지어 퇴사할 때마다 방송사는 이러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럼 이번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 결정’에 대한 MBC의 대응은 어떨까요?

‘대세’를 타고 난 대호

물론 MBC가 김대호 아나운서에게만 특별한 대우를 해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른 직원들과의 형평성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회사가 직원들의 ‘이탈’을 장려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선 김대호 아나운서의 MBC 입사 후 커리어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커리어 자체가 MBC의 변화 노력과 어느 정도 맥이 닿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방송내용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김대호 아나운서는 일반적인 아나운서 공채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언론사 취업 준비를 하던 김대호 아나운서는 MBC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 오디션 프로젝트에 참가한 5,000 여 명의 지원자 가운데에서 최종 선발되었습니다. 2023년 4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기 전에는 MBC 유튜브 채널 (아나운서국의 <뉴스안하니>, 디지털뉴스국의 14F)에도 출연하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즉, 김대호 아나운서는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통해서 방송국에 입사할 수 있었고, 내부의 실험적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퇴사결정을 통해 아마 MBC의 새로운 퇴사자 관리 정책의 시험 대상이 될 지도 모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김대호 아나운서의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다기 보다, 전형적인 아나운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런 점에 많이 주목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김대호 아나운서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각종 유튜브 채널을 거쳐서 <나혼자산다>에도 투입한 것이 MBC 자신입니다. 그의 개성적인 모습에서 남다른 가치를 발견했던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를 바로보는 MBC 제작인력 개인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콘텐츠 무한경쟁 시대의 방송국 제작담당 직원

오랜 기간 동안 방송국 제작인력의 주축인 기자, 아나운서, PD 등은 사회에서 엘리트 취급을 받았습니다. 예전에는 신입사원 때부터 업계를 통틀어 상위권 수준의 연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과거 사회 전반이 그러했듯이 평생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방송국과 직원들 모두 과거와 매우 다른 긴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희소한 전파 자원을 기반으로 한 지상파 TV 방송사의 독점적인 지위는 사라지고, 다양한 케이블 채널, 글로벌 OTT, 심지어 유튜브 개인방송들과도 무한 경쟁을 하게 된 것입니다.

평생 직장으로 여기고 근무하던 직원들에게 더 이상 최고의 일터가 아닙니다. 독립 후 회사 밖에서도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방송국 퇴사자들이 늘어가면서 직원들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뒤 프리랜서의 삶을 꿈꾸게 됩니다. 물론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나 PD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역할들을 수행하지 못해 방송국 퇴사 전보다 위상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MZ세대와 알파세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이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던 시대에 입사한 선배 직원들과 달리 젊은 직원들은 단순히 고위직급 승진이나 고임금을 선호하기 보다 퇴근 후 자신만의 삶을 가질 수 있기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자신들의 헌신을 요구한다거나 일과 삶의 균형을 깨뜨린다고 판단하게 되면 이들은 미련없이 회사를 떠날 것입니다.

따라서 MBC를 비롯해 모든 기업들은 젊은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직원들은 현재 직장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이직하거나 새로운 커리어를 찾아 나설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세를 읽는 MBC?

MBC 방송국으로서는 이번 김대호 아나운서의 프리 선언을 두고 자사 직원들과의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나혼자 산다>의 최근 방송분에서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 결정’을 다뤘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 전에는 회사가 이를 알았을 것입니다. 관련보도에 따르면, 과거의 사례들과 달리, 김대호 아나운서가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즉각 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김대호 아나운서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회사의 실험적 프로그램들에 지속적으로 투입되었습니다. 따라서 김대호 아나운서의 퇴사 후에도 MBC의 대응방식은 MZ세대 이후 인재들의 사고방식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와 달리 퇴사자는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바로 하차시키고, 출연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남아있는 직원들에 대한 메시지도 ‘전략적’이지 않으며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상을 주게 됩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충성’하면 ‘웃으면서 보내줄 것’이라는 상생형(Win-Win)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반인 유튜버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협력하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모순일 것입니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상생모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들은 퇴사한 컨설턴트들과 건설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합니다.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무단이탈’이 아니라면, 적절한 방식으로 퇴직 절차를 밟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연착륙을 돕기 위한 충분한 유예기간(grace period)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상시적 또는 일시적으로 이직 관련 상담 및 직무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의 출구전략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조직 차원에서도 대규모 인력 이탈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양질의 인력을 적절한 규모로 유지하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물론 기업도 개인처럼 종종 감정적으로 행동합니다. 특히 최고경영진의 의사를 반영하거나 기업문화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른바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탈자에 대해서 ‘괘씸죄’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대호 아나운서의 경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MBC가 실험적으로 진행해 온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의 산물이자 대표적인 수혜자입니다. 회사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성과를 만들어 온 김대호 아나운서에게 MBC는 좀더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김대호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로서 새 출발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또한 그의 뒤를 따르려는 많은 아나운서 등 제작 인력들에게도 당분간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통해서 MBC는 MZ세대 및 알파세대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직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인사정책이 보완될 수 있기 바랍니다.

아무튼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살아 온 김대호 아나운서의 커리어 자체가 프로젝트의 연속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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