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 추모물결로 본 PR커뮤니케이션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최근 헬기사고로 숨진 NBA 선수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를 애도하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LA, 뉴욕 등 미국은 물론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자발적인 추모메시지와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유명 운동 선수들도 경기 중 코비를 추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조직 차원에서는 NBA 및 그의 죽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과 단체에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사고가 불러 일으킨 세계적인 차원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현상들을 PR관점에서 살펴 보겠습니다.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일반적으로 PR은 조직 차원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자 관계관리 기능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조직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20년 간 선수생활을 했던 LA 레이커스 구단과 NBA 리그 입니다. 코비의 죽음이 알려진 뒤 LA 레이커스 구단은 경기장이 위치한 스테이플스센터 앞에 추모공간을 설치했습니다. 다만 추도문과 사진을 게시한 다른 구단들과는 달리 레이커스 구단은 사흘 동안 소셜미디어 계정 운영을 멈췄습니다 (루키 관련보도 참고). 이후 구단은 29일 밤(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 피해자를 돕기위한 기금조성 소식을 알리며 다시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NBA 사무국에서는 아담 실버 총재가 직접 추모 메시지를 발표하고, 레이커스 구단과 협의해 예정된 지역 라이벌 전을 전격적으로 연기했습니다. 한편 NBA 선수들은 경기 시작 첫 24초 동안 플레이를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 보냄으로써 코비 브라이언트의 등 번호 ’24’를 기억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프로농구리그(KBL)에서도 경기 시작 후 24초, 8초 동안 시간을 흘려 보내면서 애도를 표했습니다. 

유명인사들의 추모릴레이

또한 축구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 골프의 타이거 우즈, 육상의 우사인 볼트 등 종목을 떠나서 많은 유명 선수들이 추모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친분관계를 떠나서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힐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선수인 루이스 피구가 호날두의 애도문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을 받게 된 것도 추모행위가 스포츠 스타선수들 가운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키트리 기사 참고). 나아가 현재 사회 명사들 사이에서도 코비 추모에 관한 일종의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IOC 위원장의 추도 메시지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집합행동

팬이든 유명인사든 추모의 뜻을 밝히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팬들은 개인적으로 온오프라인 추도행위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기존 NBA로고의 배경 이미지를 코비 브라이언트로 바꾸자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현가능성을 떠나서, 개별 팬들이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NBA라는 조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하나의 공중(public)을 형성한 것입니다. 200만 명이 넘은 청원활동과 관련해 NBA의 답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 농구 관련 기업 및 조직

한편, 농구와 무관한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입장을 표명하거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LA시 청사 및 LA 국제공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필리핀의 쇼핑몰 등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 구단 상징 색인 보라색과 노란색 조명을 밝혔습니다. 레이커스 팀과 같은 LA를 연고지로 하는 MLB 다저스 구단에서도 추모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또한 NFL에서도 다가오는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추모행사 이미지 참고링크).

대체로 보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에서는 지역의 대표적인 ‘영웅’을 잃은 지역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스포츠 단체에서는 추모 메시지를 통해 코비의 ‘스포츠 정신’을 강조함으로써 공통분모를 찾고 있습니다.

부정적 기사 공유한 기자에 대한 제재

위의 조직들이 코비의 사망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고 한다면 일부 조직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먼저, 코비의 사망소식이 전해지는 상황 속에서 코비의 과거 성폭행 추문과 관련된 이전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정직 처분을 내렸습니다 (중앙일보 관련보도 참고). 물론 코비의 성추문 관련 기사를 트윗한 기자에 대한 찬반입장은 팬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처럼 그의 업적과 허물을 같이 다루는 주요 언론들도 있지만 정작 성난 팬들로 인해 논란의 중심이 된 워싱턴 포스트는 ‘다수’의 정서를 따르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코비의 장례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케팅 계획 변경

한편,  약 1주일 뒤인 54회 슈퍼볼 경기 중계에 내보낼 TV광고 캠페인을 준비한 땅콩스넥 브랜드 플랜터스도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해당 광고 캠페인이 브랜드 캐릭터 Mr. Peanut의 ‘희생’과 ‘장례식’을 소재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의 사전 붐업 일정이 코비의 죽음과 겹치게 되자 플랜터스는 온라인 프로램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WSJ 관련보도). 하지만 이미 준비한 수퍼볼 광고를 철회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죽음’을 가볍게 다루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코비의 죽음 때문에 현대자동차에서도 수퍼볼 TV광고의 일부분을 수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플랜터스의 경우에도 재촬영에 따른 비용이 크거나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전격적인 결정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보듬는 편이 길게 보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헬기추락 사망사고 처럼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조직들의 커뮤니케이션 활동 (PR)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살펴 봤습니다. 하나의 큰 사건(event)은 사회적인 차원의 대화를 이끌어 내며, 이러한 경우 많은 조직에서는 그 대화가 자신들의 미션, 조직활동, 이해관계자들과 관련이 있는지 검토를 통해 그 대화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참여할 것인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만일 하나의 ‘기회’로 본다면 자신의 조직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더라도 조직의 선의, 아량, 또는 재치를 보여주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본다면 분석과 모니터링을 통해 조직의 입장표명 및 관련 조치를 취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조직들은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적인 대화의 흐름을 좇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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