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국제인증, 동물복지, 그리고 출구전략(Exit Strategy)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이미지 출처: Wikimedia.org)
최근 경향신문(동물원에서 더 좋은 곳 가는 줄 알았는데…어쩌다 이곳에 갇히게 된 걸까요”, 2019년 1월 3일자)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국제인증 실사과정에서 사육환경 개선문제가 지적된 멸종위기종을 처분함에 따라 이들은 사육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일은 해당 동물원이 세계적인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환으로 인증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딩초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 원숭이들을 작은 창문이 있는 콘크리트 내실에서 키우면서 매일 20분 동안 야외 방사장에 풀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양도받은 체험동물원 중 한 곳의 사육장은 자연채광이 불가능한 지하에 위치한데다, 원숭이들은 관람객들의 소음, 시선, 카메라 불빛 등에 상시 노출된 상태라고 합니다.  
 

[동물복지단체의 문제 제기]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및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들은 해당 동물원이  미국 동물원수족관 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AZA)  인증을 받기 위해 정작 협회 규정을 위반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하며, 동물 양도철회 및 사육환경 개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AZA는 “회원기관의 동물은 전문성과 시설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관으로 동물이 양도되지 않아야 하며,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입장]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AZA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이 실내의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개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
“실내에 가둬만 두느니 다른 동물원에 가는 것이 원숭이들에게도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원숭이들이 가게 될 시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결국,  AZA 규정에 어긋나게도, 해당 동물원은 양도되는 동물들이 처하게 될 환경을 사전에 고려하거나 확인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 vs 이해관계자 관리] 

이번 사례는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는 동물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필연적으로 나머지에 대한 ‘포기’와 ‘정리’ 를 뜻합니다. 즉, 기존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 ‘잘 버리는 것(Exit strategy)’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이번 사례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 및 폐지를 위한 출구전략이 적절하게 실행되지 않아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경우 자연으로 돌려보낸 동물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된 경우도 이에 해당합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 또는 단종 조치 등은 기존 고객들의 거센 반발을 낳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조직은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중단에 앞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이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해당 동물원이 실시단계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동물원은 드러난 사육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해당 동물을 처분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마케팅 목적으로 ‘인증’을 취득하고자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떼어내는 방식을 취한 것은 동물원의 미션(존재이유)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업계의 리더 격인 회장사로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기대수준, 요구사항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업계 선두 기업들을 대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은 업계차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해결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요약해 보면 세계적인 수준의 동물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당 동물원은 국제 인증을 획득했지만, 그 과정에서 존재이유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 처리로 인해 인증 취소는 물론, 평판마저 훼손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항상 조직의 미션 또는 존재이유에 기반한 전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전략의 실행단계에서도 미션에 어긋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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